KBS
한국인의 밥상 651회
2024년 4월 11일 목요일 방송
섬진강 덕분에 "살짝 설렜네"
처음이라, 당신 덕분에 설레었다!
영남과 호남을 아우르고
아무런 경계 없이 바다와 화합하는 섬진강
그 강을 닮은 사람들의 봄의 만찬!
예로부터 바다와 강이 만나는 섬진강 하구는 영남과 호남을 오가는 내륙의 수로로 이용되어 왔으며, 『택리지』에도 ‘생선과 소금을 얻을 수 있어 가장 살기 좋은 곳’이라고 언급될 만큼 음식이 풍부하며 강과 바다를 품은 식문화가 발달하였습니다.
벚꽃이 필 때 가장 맛있는 벚굴은 밥상 위에서 또 다른 꽃잔치를 벌이며, 머위꽃과 진달래꽃은 봄의 진미로 변신하여 눈과 입을 호강시킵니다. 「한국인의 밥상」을 다시 보고 싶어 10년 만에 찾아간 하동의 매계마을, 그리고 흔적만 남은 하동포구의 한 마을에서 오랜 인연을 설렘 가득한 이야기로 가꿔가는 분들을 만났습니다.
■ 섬진강에 활짝 핀 벚꽃, 그리고 벚굴 – 전라남도 광양시 진월면
섬진강, 그 물길을 따라 찾아온 봄은 오랜 기다림을 꽃망울로 터뜨리며 상춘객들의 설렘을 자극합니다. 하지만 이 계절에 마냥 마음을 빼앗길 수 없는 분이 계시는데, 바로 섬진강 어부 원영식 씨(63세)입니다.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섬진강 하구는 예로부터 어자원이 풍부했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벚굴은 이맘때만 먹을 수 있어 더욱 귀한 존재입니다. 어부 10년 차인 원영식 씨는 할아버지 때부터 이어온 전통 방식으로 벚굴을 채취합니다. 밀물과 썰물, 물때를 맞춰야 하며, 봄 한철 고된 노동이 필요한 일이지만, 그에게 섬진강은 은퇴 후 돌아와 어부가 될 만큼 설레는 존재입니다. 게다가 늘 그 자리를 지키며 어부를 기다려 주는 벚굴은 더없이 고마운 벗이라고 하십니다.
원래 벚굴은 강에서 자라 ‘강굴’이라고 불렸습니다. 강 속에서 여러 개가 모여 자란 모습이 꼭 벚꽃과 닮았다 하여 ‘벚굴’이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바다의 굴과 달리 강에서 자라 비린 맛도 덜하고, 크기도 큼직하여 입안 가득 채우는 쫄깃한 식감이 일품입니다.
매실장아찌를 올려 부드러운 감칠맛에 새콤함을 더한 매실벚굴찜부터 초고추장에 매콤하게 무쳐낸 벚굴회무침, 시래기와 무를 함께 넣어 더 시원하다는 참게탕까지. 봄소식과 함께 피어난 벚굴에 더 설렌다는 섬진강 어부의 벚굴 밥상을 맛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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